devibe
← 홈

1TB를 샀는데 931GB — KB와 KiB 이야기

새 하드디스크나 SSD를 컴퓨터에 꽂으면 용량이 산 것보다 작게 보입니다. 1TB 제품이 윈도우에서는 약 931GB로 뜹니다. 제조사가 속인 것도, 어딘가 숨은 파티션이 잡아먹은 것도 아닙니다. 양쪽이 서로 다른 «천 단위»로 세고 있을 뿐입니다. 이 글은 그 차이가 어디서 왔는지, 실무에서 어디를 조심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.

1000으로 세는 쪽과 1024로 세는 쪽

미터법의 접두어 킬로(k)는 어디서나 1,000을 뜻합니다. 1km는 1,000m이고, 저장장치 제조사가 말하는 1TB도 1,000,000,000,000바이트(10¹²)입니다. 반면 컴퓨터 내부는 2진수로 돌아가서, 메모리 주소는 2의 거듭제곱 단위로 끊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. 2¹⁰ = 1,024가 1,000과 비슷하다 보니 초기 컴퓨터 업계는 1,024바이트를 편의상 «1KB»라고 불렀고, 이 관행이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.

혼란을 끝내기 위해 국제 표준(IEC)은 1998년에 2진 접두어를 따로 만들었습니다. 1,024바이트는 1KiB(키비바이트), 1,024KiB는 1MiB, 1,024MiB는 1GiB입니다. 즉 KB·MB·GB·TB는 1000 단위, KiB·MiB·GiB·TiB는 1024 단위 — 이름부터 다른 별개의 단위입니다.

931GB의 정체

1TB 디스크는 10¹²바이트입니다. 이걸 1024 단위(GiB)로 다시 세면 10¹² ÷ 1024³ ≈ 931.3GiB가 됩니다. 윈도우 탐색기는 1024 단위로 세면서 표기는 «GB»라고 적기 때문에 «931GB»로 보이는 것입니다. 값이 준 게 아니라 자가 바뀐 것입니다. 참고로 macOS는 2009년부터 저장장치를 1000 단위로 표시해서 같은 디스크가 «1TB» 그대로 보입니다 — 같은 디스크를 두 OS에 꽂으면 숫자가 다르게 보이는 이유입니다.

단위가 갈리는 곳들

  • 저장장치 표기 — 1000 단위(제조사·법적 표기 기준).
  • 윈도우 파일 크기 — 1024 단위로 계산하고 KB·GB로 표기(혼용의 진원지).
  • 메모리(RAM) — 관례적으로 1024 단위. 8GB 모듈은 실제로 8GiB입니다.
  • 통신 속도 — 1000 단위인데 단위가 아예 다릅니다. Mbps의 b는 바이트(Byte)가 아니라 비트(bit)로, 1바이트 = 8비트라 100Mbps 회선의 이론상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초당 12.5MB입니다. 인터넷 상품 속도와 실제 내려받기 속도가 8배 차이 나 보이는 이유입니다.

재미있는 화석도 하나 있습니다. 옛 3.5인치 플로피디스크의 «1.44MB»는 1.44 × 1,000 × 1,024바이트 — 1000과 1024를 한 단위 안에 섞어 쓴, 어느 표준에도 없는 표기였습니다.

실무에서는

용량 계산이 어긋나면 대개 이 단위 혼용이 원인입니다. 디스크 견적·백업 계획을 잡을 때는 바이트 수를 기준으로 놓고 양쪽 단위로 환산해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. 데이터 용량 변환기에 값을 넣으면 십진(KB·MB·GB)과 이진(KiB·MiB·GiB)을 나란히 보여 줍니다.

참고·출처

최종 검토: 2026-09-01